치매와 고스톱

“고스톱이 치매를 예방하나요?"


노인성치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 대책이 별로 마땅치가 않다. 콜린분해효소 억제제 약물치료가 흔히 시행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증상개선제이고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방법들이 치매 치료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마구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고스톱’을 치면 치매가 좋아지거나 예방된다는 얘기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고스톱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즐기는 국민오락으로 쏠쏠한 재미와 더불어 은근히 머리를 쓰게 되는 놀이이다. 전체 판세를 읽고 책략을 구사하며 점수 계산을 하는 등 적잖은 두뇌활동이 요구된다. 인지기능 증진을 위한 수단이 마땅치 않은 노인들에게 권해봄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고스톱이 치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고스톱을 많이 함으로써 일부 뇌기능이 활성화될 수는 있어도 전반적인 인지기능이나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구구단을 외우면 곱셈이 빨라질 뿐 기억력이나 공간기각력이 나아지는 것이 아님과 같은 이치이다. 외래를 다니는 치매 환자에게 집에서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다면 화투를 쳐보라고 권했더니 하루 종일 화투장만 만지고 같이 치자며 가족들을 졸라대며 마냥 붙잡아 두는 사례도 발생해 헛웃음이 나온 적이 있다. 사실 고스톱과 치매 예방에 관한 자세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뇌를 자극하는 두뇌활동을 제공하는 차원일 뿐 특별히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스톱 자체가 치매 예방에 직접적인 효과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게임이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간접적인 효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이 고스톱 뿐이랴, 장기나 바둑 더 나아가 퍼즐조각 맞추기, 십자말풀이 등도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고스톱같이 단순 계산을 반복하는 게임은 아무래도 효과에 한계가 있는 반면, 글을 읽거나 쓰는 등의 창조성이 요구되는 뇌활동이 치매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다. 요컨대, 뇌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정신 활동을 생활화 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요즘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증진 프로그램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주로 ‘경도인지장애’환자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해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니 조만간 고스톱을 훨씬 뛰어 넘는 예방효과가 확실한 방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홍교수(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Key point

1. 화투 자체가 치매를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2. 화투보다는 글읽기 및 쓰기처럼 창조성이 요구되는 활동이 더욱 치매예방에 효과적입니다.

3. 뇌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정신 활동을 생활화 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합니다.